로스트 마지막 시즌

미드 ‘로스트’ 마지막 시즌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로스트의 시간여행은 그다지 재미도 없었고 이야기의 설득력을 상실한 채 바닷속으로 한없이 표류하는 것만 같았다. 시즌 6은 다시 현실에 발을 디딜 공간을 찾았다. 지루했던 시간여행이 드디어 끝나고, 길고 길었던 어둠의 동굴을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그동안 시즌 가운데 걸작은 시즌 1이다. 섬 안에 일어나는 일과 각 캐릭터의 과거가 겹쳐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팽팽한 긴장감을 주었다. 비록 고립된 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개인적 배경이나 사회적 갈등이 끊임없이 이들을 괴롭히는 상황은 어느 드라마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

판타지의 매력은 현실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달려있다. 현실과 상관없이 벌어지는 환상은 백일몽과 비슷하다. 현실과 짝을 이루지 않은 환상은 가질 수 없는 환상의 매력을  상실한다. 생각만 하면 마음대로 이뤄지는 공상 게임이다. 미스터리와 공상과학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온 로스트는 희생을 치러야 했다. 공상과학 하드코어 팬을 붙잡은 대신에 일반 시청자는 놓쳤다. 시청률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떨어졌다.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팬들은 떠나고 그 자리를 골수팬들이 차지했다.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섬이 살아서 시간여행까지 하는 이야기는 보통 공상과학 팬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행인지 마지막 시즌에서 다시 현실이 등장한다. 시간이 둘로 쪼개진 것이다. 추락하지 않고 무사히 LA에 도착한 로스트 캐릭터의 시간과 여전히 섬에 남아서 운명에 맞서야 하는 시간이 평행선을 그린다. 두 시간대가 겹쳐지지 않고 계속해서 평행선을 그리게 될지, 하나로 다시 합쳐질지, 아니면 몇 개로 다시 쪼개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만약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로스트의 다른 한 축을 이루면서 진행될 추락하지 않은 삶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들의 삶이 추락한 삶과 어떤 관계를 맺을까. 어느 쪽이 현실이고, 어느 쪽이 환상일까. 과연 마지막 회에 이 모든 의문이 풀리긴 할까. 짐작하기 쉽지 않은 결말이라서 기대가 된다.